나의 이야기

아부지에 대한 단상

재재맘* 2015. 6. 30. 16:11

비도 꼽꼽하게 오는디

뒤태여신님 글 읽다보니

저도 모르게 울 아부지가 생각나네요...

 

어릴적 제 기억속의 울 아부지는

뒤태여신님 저리가라 할 정도로 무섭고 엄하셔서

다른 형제들에겐 모르겠지만

유독 저한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셨어요...

 

딸 셋에 아들 둘

5남매중에 둘째로 태어나

궂은일 험한일은 도맡아 하면서도

사랑은 젤루 못 받고 살아남기 위해서

천성적으로 어른들께 싹싹하고

일 하난 야무지게 잘 하는 아이로 자라야만 했었던 나...

 

일곱살때부터

우물가에서 물 길어다 가마솥에 붙때가면서

밥해먹고 살림하고 살았다고 하면

아마 우리님들 안 믿으실거쥬?

하긴 울 시엄니두

당신도 안 겪은 일들을 겪고 자란 제 얘기에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드실 정도이니...ㅎㅎㅎ

 

단상 1.

간암으로 10년 투병하시기전까지

한평생을 지고 가는건 못해도

마시고 가는건 잘 하셨던...

집마당 창고엔 언제나 술이 박스채로

그것도 늘 됫병으로 박스채 사다 놓으셨던 아부지...

 

국민학교를 갓 들어간 여덟살 무렵부터

아부지 술 심부름은 제가 담당이었으니...

그 시절엔 소주보다 막걸리를 많이 드시던 시절

언제나 어스럼 해질녘엔 거나하게 취하신 아부지가

양은주전자를 내 손에 쥐어주며 막걸리 심부름을 시키셨쥬...

빠른걸음으로도 한시간 남짓 걸리는 재 넘어 점빵에 가서

것두 어린 계집아이가 부끄러워 할 외상이라는걸 시키시며...

 

어둠이 내려앉은 밤길을

불빛하나 없이 터덜 터덜 걸으며

들짐승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친구삼으며

생각나는 대로 노래부르면서 재 넘어 점빵으로

막걸리 심부름을 다녀오길 하루 이틀 사흘...

어느날은 돌아오는길에 너무도 배가 고픈 나머지

양은주전자 주둥이를 입가에 대고 마는데...

한모금 홀짝~두모금 홀짝~

캬~~~~

목을 타고 흐르는 막걸리의 시원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과

나도 모르게 실~실 나오는 웃음과 좋아지는 기분~ㅋㅋㅋ

그렇게 난

하늘을 붕 붕 나는듯한 기분으로

반쯤 비어버린 주전자를 들고

집마당으로 들어섰는디...

 

오매불망

기다리던 딸이 들고 온 주전자가

반쯤 비어버린걸 아신 아부지는 지게 바작대기루

사정없이 두들겨패시는디....

우짜겄슈~

맞아야지...ㅎㅎㅎ

그날 죽도록 맞았는디두

항개도 안아팠다는건 비밀~ㅋㅋㅋ

 

그날 이후로

술심부름을 안갔냐 하믄 아뉴~

절대 마시지 말고 고대로 들고 오니라는 당부가

더 붙었을 뿐 심부름은 여전히 제 몫이었슈~^^

근디 우짭니꺼~

한번 맛본 신세계를 포기할 순 없구

표시 안나게 조금씩 묵을때두 있었구유~^^

어떨땐 반되쯤 먹고 물타서 갖다 드리기두 했구유~^^

 

그러던 어느날

울 아부지 특단의 조치를 취하시는디...

양은주전자 말구 유리로 된 소주 됫병을 주시면서

요그다 받아 오라고 하시네유~ㅠ.ㅠ

유리 됫병은 무겁기도 하지만

속이 훤히 다 보이니 거짓말도 못하자나유...흑흑...

어쩔수 없이

입맛만 다심서 그대로 아부지한티 가져다 디렸쥬~

그러기를 사나흘쯤...

그날도 가기 싫은 심부름을 다녀 올라니

부아가 치밀고 짜증이 막 나더라구유~

에라이~모리겄다~함서

됫병을 치켜들고 막걸리를 한모금 두모금 마시는디

순간 삐끗 함서 됫병이 손에서 미끌어져

땅으로 곤두박질 치고

와장창 깨지는디....

 

가심은 벌렁 벌렁

심장은 콩닥 콩닥

옷에는 됫병 치키들고 묵다 흘린

막걸리 냄시가 진동하고...휴...

 

차마 이대로 집에 들어갔다간

사망 내지 최소 중상일것같아서

대문 옆 담벼락에 쭈그리고 앉아서

아부지 잠 드시기만을 기다리다가

날 밤을 꼬박 새웠다는건 안 비밀~~ㅎㅎㅎ

 

덕분에?

5남매중에서 젤루 주님캉 친한게 저라는건

말 안해두 아시겄쥬? ㅎㅎ

 

 

 

흐미야

글 쓰다본께

월말 마감해야하는디 클났네유~

일단 마감하러

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