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물락 요리시간

친정아버지 생각나게 하는 다슬기장국

재재맘* 2020. 7. 15. 15:52

다슬기만 보면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생각납니다

경상도 우리지역에선
'고디'라고도 하는 다슬기

20년전
63세에 간암진단 받고
대학병원에서 간의 2/3를 절제하고도
복어마냥 배에 복수가 차
정신마저 오락가락하니
의사들도 가망이 없다고 하셨지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엄마는 간에 좋다는
다슬기를 구하려고
시장마다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고...

그때가 초봄쯤이니
다슬기가 나오기 이른 시절...

간절함이 통했을까요?

하루종일 시장바닥을 헤매이다
딱 한곳에 파는 걸 발견

근데
가격이 후덜덜~
키로에 3만원이라고~~







그치만
가격이 대수입니꽈~!!!ㅎ

거금 15만원에
5키로정도 있는 걸 다 달라고 했대요

근디유
문제는 엄마가 병실에 있다
급히 시장엘 간거라
가진돈이 3만원뿐...

되돌아 올 울엄마가 아님 ㅎㅎ

간 크게
지금 가진게 3만원뿐인데
울집 아자씨 목숨줄 담보로 걸고
다음 장날에 나머지 돈
갔다 주겠다고 맹세를 한다니


더 간 큰 아주머니 왈
"아줌니 관상봉께 돈 띠먹을 상은
아니닝께 갖고 가소~!!!"

캬~!!!
멋진 아줌니!!!



그렇게 여차저차
어렵게 구한 다슬기를
엄마표 다슬기장국으로 슴슴하게 끓여
국물만 이틀을 계속 마시게 했드니

삼일째 되는날부터
복어마냥 터질것 같은 복수 찬 배가
쏙 들어가며
정신을 차리셨대요

의사샘들도
갸우뚱~갸우뚱~
신기하다고 그러시면서~ㅎㅎ


퇴원 후
술 담배 다 끊고
의사샘 처방대로 생활하시며
10년을 더 사시다
하늘소풍 가셨답니다...


그날이후
친정아부지 밥상엔
사시사철 한번도 빠진 적 없이
엄마표 다슬기장국이
놓여 있었어요





외상값은
다음 장날에 가셔서
다 갚으셨대요

덕분에 살아났다며
고마움에
남은 잔금에
키로값을 더 드렸는데
되려
안 띠어먹고 갚으러 와 줘서 고맙다며
덤으로 준 돈은 안받으셨다네요
ㅎㅎㅎ



사설이 길었쥬? ㅋㅋ


또이님 다슬기를 받고 보니
아부지 생각이 나
주절주절 해봤네요 ㅎㅎ


이렇게 끓인 다슬기장국은
처음 보실거에요


울 친정엄마표 다슬기장국은
이렇게
맑게 끓인게 포인트^^

맑은 장국으로 끓여 놓음
여름엔 시원한 냉국처럼~
겨울엔 따뜻한 장국처럼~
먹을 수 있어요

식사때마다
저렇게 한그릇 씩 담아
국물은 밥이랑 먹고
남은 알갱이는
심심풀이 땅콩처럼
까묵으면 맛있어요





맑은 다슬기장국은
만들기는 엄청 쉬워요

먼저
다슬기는 검정봉지 씌워 해감을 합니다

 

 



고무장갑끼고
천일염 한주먹 뿌려
꾸정물 안 나올때까지
빠락 빠락 씻어주기를 여러번

 

 




깨끗이 씻은 다슬기는
물 조금 부어 가만히 두면
다시 밖으로 삐죽 나온답니다

 

 



이때 팔팔 끓인 물을 부어주면
놀란 다슬기가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ㅋ
그대로 있어요

 

 

 



다슬기 맑은장국 재료는
정말 간단해요

국간장(어간장) 편마늘 청양고추

 

 



다슬기가 잠길만큼
팔팔 끓인 물에
한번 데친 다슬기를 넣고 끓여준 후
국간장으로 간을 하고
청양고추와 편마늘을 넣어주면 끝.

 

 

 


다슬기장국은
뜨겁게 먹는거보다
식혀 먹거나
차갑게 냉국처럼 먹는게
더 시원하고 좋아요

파랗게 우러난 다슬기물이
시원한 청량감을~
칼칼한 청양고추가
비릿함도 잡아주니 깔끔한 맛이에요

 

 

 

 



민물고디 못 먹는 옆지기덕에
저 혼자
야금 야금 다 먹었어요
ㅎㅎ

오랫만에 다슬기장국을 먹으니
아부지가 보고 싶어지네요...